뿌리 얕은 나무의 진실
우리 집에서 큰 대로를 건너면 옆 동네 주택가가 나옵니다. 저는 가끔씩 옆 동네 주택가를 이용해서 집으로 올 때가 있습니다. 중산층이 사는 이 동네는 여름에 차를 타고 지나갈 때 보면 녹음이 짙은 아름다운 주택가였습니다. 아름드리 굵은 나무들이 도로변을 따라 주욱 서 있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가려 주어서 걷기가 좋고 눈이 오거나 비가 올 때면 빽빽한 나뭇잎들로 말미암아 그래도 머리에 눈과 비를 좀 덜 맞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겨울만 빼고는 늘 푸르른 나뭇잎들과 싱싱한 모습이 괜스레 다른 곳 보다 이 거리가 더 산소가 많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기분이 상쾌해 지는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허리케인 샌디가 롱 아일랜드를 강타하고 나서는 정말 거리가 생소해졌습니다.
우리 집 대로변도 굵은 나무들 몇이 옆으로 쓰러졌고 전봇대도 쓰러져서 전기 공급이 끊기기도 했습니다. 대로변에는 잔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기도 했지요. 참으로 을씨년스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굵고 아름드리 역사를 자랑하던 덩치가 큰 나무들이 땅 옆으로 뉘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놀랐습니다.
키도 크고 나무 허리도 굵은 것에 비해 뿌리는 너무 얕고 짧았습니다. 나무뿌리가 모두 옆으로 퍼져 있어서 강한 바람에 못 이겨 옆으로 쓰러질 때 도로변의 땅이 같이 들려버렸습니다. 마치 큰 지진이 일어나서 땅이 일어나고 구겨진 것처럼 도로가 뿌리와 함께 들려서 나무뿌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면서 콘크리트가 모두 땅에서 들려 버렸습니다. 심지어 짧은 블록은 한 블록이 모두 들떠 버린 곳도 있었지요. 나무 싸이즈에 비해 뿌리가 너무 짧고 옆으로만 퍼져 있는 것이 좀 이상했는데 나중에 설명을 듣고 나니까 이해가 되었습니다.
롱 아일랜드는 지반이 모래라서 모두 뿌리가 얕다고 했습니다. 물이 잘 스며드는 곳이 많아 나무들이 물을 빨아들이기가 쉬우므로 옆으로 뿌리들이 잘 퍼져서 자라난다고 합니다. 땅이 딱딱하거나 수분이 잘 없는 데는 뿌리가 생명을 이어가고자 몸부림을 치며 깊이깊이 수분을 찾아 뿌리가 내려지고 찾아가지만 이 지역은 너무 수분을 구하기가 쉬운 것이 오히려 뿌리가 옆으로만 퍼지고 뿌리를 단단히 깊이 내리지 못하는 원인이 된 것입니다. 너무 기름지고 수분이 풍성한 곳이라 나무들이 잘 자라서 몸도 비대해 지고, 키도 크고 굵어졌지만 뿌리는 약한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허리케인 후에 시간이 흘러서 삭막한 모든 것이 정리가 된 다음에 옆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허전하고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요! 그리고 왜 그렇게 휑하게 벗겨진 기분이 들고 딴 동네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 눈을 들어 동네를 한번 휘 돌아보았습니다. 그러자 전에 내가 알고 있던 옛 그림은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나무들이 허리케인에 뽑혀져버렸고 집집마다 녹음이 짙게 우거진 나무들이 없어져서 옷이 벗겨진 기분이 들었지요. 동네 그림이 완전 바뀌어 버렸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이렇게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어 질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올 해 초에도 시속 50-60 마일의 강한 바람 때문에 공원 입구의 고목이 대로로 넘어져 교통 체중을 잠시 빚기도 했습니다. 모두 원인은 하나였습니다. 뿌리가 얕은 것 때문에 큰 몸을 지탱할 수가 없어서 조금만 강한 바람이 불면 힘없이 나가 떨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너무 쉽게 쑥쑥 크는 것이 클 때는 좋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강인한 생명력과 인내와 내실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자녀들에게도 같은 원리입니다. 너무 아이들이 풍성한 환경에서 자라면 인내를 모릅니다. 그리고 도전 정신도 허약합니다. 모든 것이 구비되어져 있고 어려운 과정 없이 순탄하게 자란 아이들은 온실 속에서 화초같이 비바람 모르고 자라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으로 나왔을 때 많은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방황을 하게 되지요. 자기는 부모의 수고와 노력의 덕으로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생활을 누렸지만 자기 힘으로는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우울증에 빠지는 자녀들이 많습니다.
자기 열등감에 빠져 부정적인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니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게다가 직장이 쉽게 구해지지도 않지만 설상 직장을 구했어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모든 것이 불만으로 가득 차니 매일의 삶이 암울하고 희망이 보이지를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적은 연봉으로 자기 자신이 너무 쓸모없이 초라해 보여서 또 싫은 것입니다. 이래저래 삶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자꾸 다른 곳에서 원인을 끌어내며 비난하게 되니 풀리지 않는 숙제를 계속하고 있는 셈이 되어 버립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와 능력을 도대체 경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부모님들, 잘 갖추어진 좋은 환경을 자녀들에게 주지 못한다고 너무 낙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질적으로 넉넉하거나 모든 것이 구비된 환경을 주기 보다는 어려움을 이겨낼 줄 아는 사람, 위기를 또 하나의 기회로 볼 줄 아는 신앙의 사람,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으로 자녀들을 키우려고 애쓰는 부모님이 가장 위대한 유산을 주시는 훌륭한 부모님이 되신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자녀들이 어떤 비바람에도 꿋꿋이 견뎌낼 수 있는 뿌리 깊은 나무들이 되어 이 사회를 아름답고 유익하게 이끌 수 있는 그런 훌륭한 리더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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