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리는 봄

 

 

 

두근거리는 봄

혜암(慧庵)
손정민

코끝을 시리게하는 잔여 바람결에
아직까지도 머뭇거리는 봄은
저만치 양지쪽 담벼락 아래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듯하네요
봄 향기 기다리는 나뭇가지들은
가지마다 부풀어 있을 텐데

다른 꽃들보다 일찍 잠이 깬 산수유가
노란 알갱이를 터트리면서
봄을 깨우자마자 텃새들의 노랫소리에
봄기운이 햇볕 따라 쫓아오면
유달리 미소가 아름다운
멋쟁이 그녀의 사뿐사뿐 발걸음 쫓아서
연두색 봄은 나풀거리기 시작했었지요

살랑거리는 바람결이
약간은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숨바꼭질하는 봄은 여자보다 더 아름답고
우아하고 중후함이 넘쳐나는
멋쟁이 그녀의 매끄러운 속살처럼
늘 부드러운 향기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닮아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