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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의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中에서...|

ㅅrl벽 2012. 11. 11. 15:24

 

 

 

좋은 친구들...
 
 


 
 
 
정원에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목련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꽃봉오리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것은 빛이 오는 곳을 향하고 있다


내 삶도 저렇게 한 방향을 향해서 흘러왔던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나는 삶이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삶은 늘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할 뿐이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삶에 안정된 것이란 없다

우리가 아무리 안정을 찾는다 해도

그것은 불확실한 삶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


정해진 삶을 사는 것은  곧 죽음이라고

누군가 나에게 일깨워 주었으니

나는 그것을 최고의 진리로 알았다
 
 
 


 
 

불안정하고 약속되지 않은

삶 속으로 뛰어드는것

그것은 나에게는 구도의 길이었다


삶이 나에게 주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용기를 갖는 것



나에게서 떠나가는 것을 붙잡지 않으며

다가오는 것을 물리치지 않는 것이

내 추구의 길이었다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었다

나 또한 이 별에 와서 ...

청춘의 방황을 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는 멀리서 보면 흩어진 모래알들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별들처럼 빛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여행을 마치고

이 삶을 마치는 날


우리에게 엽서를 보낼

예순 명의 친구가 있다면

그것은 더 없이 좋은 일이다
 
 
 

 


 
 

산을 바라보는 사람들


비 개어 내 창가에서 보이는 산들이 더욱 푸르다

저 산에서

누구는 나무를 보았고

누구는 숲 전체를 보았다


누구는 초월을 보았으며

누구는  또 삶의 비애를 보았다
 
 
 
 


 
 

안개 속에 숨다...


안개에 가린 산은 언제나 인간의 가슴속에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속에 무엇인가 숨어 있는 듯하지만

그것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멀리 있는 듯하나 가까이 있고

가까이 있는 듯하나 또한 멀리 있다



나무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은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 하지만


안개속에서는 ...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p189~192



출처: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류시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