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지치거든 ...오세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에 앉아
한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다기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고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 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에 앉아
한잔의 차를 들자
사랑하는 이에게 ...오세영
너무 좋은 당신
집으로 오르는 계단을 하나 둘 밟는데
문득 당신이 보고 싶어집니다
아니, 문득이 아니예요。
어느 때고 당신을 생각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으니까요
언제나 당신이 보고싶으니까요。
오늘은 유난히 당신이 그립습니다
이 계단을 다 올라가면
당신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어요
얼른 뛰어 올라갔죠
빈 하늘만 있네요。
당신 너무 멀리 있어요
왜 당신만 생각하면 눈앞에 물결이
일렁이는지요.
두눈에 마음의 물이 고여서
세상이 찰랑거려요。
그래서 얼른 다시 빈 하늘을 올려다 보니
당신은 거기 나는 여기
이렇게 떨어져 있네요。
나, 당신을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요
햇살 가득한 눈부신 날에도
검은 구름 가득한 비오는 날에도
사람들속에 섞여서 웃고 있을때도
당신은 늘 그 안에 있었어요。
차을 타면 당신은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구요
신호를 기다리면 당신은 건너편 저쪽에서
어서오라고 나에게 손짓을 했구요。
계절이 바뀌면 당신의 표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나 알고 있어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당신을 내 맘속에서 지울 수 없으니까요。
당신 알고 있나요.
당신의 사소한 습관하나
당신이 내게 남겨준 작은 기억 하나에도
내가 얼마나 큰 의미를 두고 있는지
당신은 내 안에 집을 짓고 살아요
나는 기꺼이 내 드리고요。
보고 싶은 사람
지금 이 순간 당신을
단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오늘도 나는 당신이
이토록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그대에게 보내는 봄 날 같은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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